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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 무슨 수식어가 가장 어울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어처구니없고 뜻을 알 수 없는 외계어가 어울릴 듯도 하다. 그가 외계인 같은 상상력과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를 설명하기란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만드는 일이다. 몰라보게 숱이 줄어든 머리 스타일을 보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는다 해도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다. 찬사가 절로 터지는 뮤지션, 제한된 표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살아있는 전설, 바로 이승환이다. ‘네버랜드’ 에 발을 들여놓은 듯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외모로 ‘꿈의 공장(Dream Factory)’을 진두지휘하며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감성과 정열의 불을 지폈다. 젊음의 매력을 실감하며 보고 느끼는 음악의 시대를 열어젖힌 라이브의 황제, 그래서 그는 ‘판타스틱’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함에 매몰될 수 있는 대중문화의 맹점을 드러나지 않고 신선한 음악을 가득 차려 내었고, 결국 수많은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아티스트로서 만랩(!)을 찍었다. 능력 있는 후배들을 알아보는 눈은 또 어떤가. 그에게 있어 ‘꿈의 공장’ 은 단순한 기획사가 아닌 자신의 비전을 맘껏 펼쳐 보이는 공간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승환의 비전은 대중문화의 한 폭에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무언가를 답습하거나 섣불리 따라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창의력, 대중들은 그의 도전과 시도에 끊임없이 놀라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전설을 쓰며 걸어온 시간이 벌써 20년이다.


Disc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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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B.C 603

누군가의 성장기, 누군가의 청년기, 그리고 누군가의 장년기를 함께 했던 기념비 적인 데뷔 앨범. 추억과 풋풋함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 따뜻한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었던 유기농 앨범.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등 이승환 표 발라드의 시작을 알렸던 곡들과 락 적 요소가 가미된 곡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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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Always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았던 앨범.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공존하는 매력으로 많은 리스너의 귀를 사로잡았다. 1집에 이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으로 대중적인 터치를 가미했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 조리며 기다렸다가 공테이프에 녹음해 늘어질 때 까지 듣고 또 들었던 곡들도 가득하다. 두근두근 기다리다 놓쳐버리면 그때의 그 아쉬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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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The Show

라이브 황제의 시작을 알린 라이브 앨범. 1집과 2집, 그리고 이오공감의 곡들을 담았다. 극한감동과 무한 체력, 그리고 무한 뜀박질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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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My Story

애절하면서도 가슴을 파고드는 보이스가 돋보였던 세 번째 앨범. 모친상 이후 만든 앨범이라 슬픔을 주체하기 어려웠던 아픔이 느껴진다. ‘너의 기억’, ‘화려하지 않은 고백’, ‘내게’ 등 준수한 넘버들이 가득했고, 원조 주문송 ‘덩크 슛’ 도 만날 수 있다.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런 감흥을 추구했던, 그래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웰메이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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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 Human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 수작. 반복청취에도 물리지 않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현해 낸 건 최고의 업적이라 할 만 하다. 대중적 인기에 매몰되었다면 이런 앨범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터, 하지만 이승환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뽐내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Human] 으로 다져진 확고한 매니아층은 그가 오랜 음악생활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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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Cycle

발매 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명반으로 손꼽히는 앨범. 한 곡 한 곡이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고, 세련된 사운드와 이승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성이 가득해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매력을 지녔다. ‘가족’, ‘붉은 낙타’, ‘애원’, ‘사자왕’ 등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이 즐비하다. 평생 끼고 가도 모자를 무한 감동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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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무적전설(無敵傳設)

케이스부터 차갑고 싸늘하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깊게 파고드는 라이브 앨범. 97년부터 99년까지의 콘서트를 실었으며, 라이브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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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The War In Life

팬들이 최고로 꼽는 ‘4,5,6 라인’ 의 마지막 앨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가 변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며 쇠할 것 같았던 상상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 내리막을 기대했던 모든 이들은 무릎을 꿇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실험정신’ 이라는 단어를 갈수록 되새기게 만들었던, 그래서 모든 이의 열정에 불을 지펴준 따뜻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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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뽕(Yuchippong)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음반. 음반 구조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때부터 간파하고 있던 선견지명을 지닌 이가 바로 이승환이었다. 앨범 제목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가사들로 리스너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잔뜩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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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Egg

창의력으로 무장한 두뇌로 전체를 진두지휘했던 앨범. 노란색으로 치장한 자켓에서부터 홈페이지에 이르기 까지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요소가 없었고, 뮤비도 독특한 상상력으로 눈길을 모았다. 락과 발라드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편안하게 즐기며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을 많이 담아냈다. 4,5,6 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열어젖힌 면에서는 큰 점수를 받아야 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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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ous Day

어떤 음악을 해도 잘 어울리는 그가 발표한 편집 앨범. 정규 앨범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운드와 음악은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곡이 많이 않았던 탓에 임펙트는 약간 부족했지만, 뉴메틀 사운드를 구현한 ‘Inmost' 는 꼭 들어봐야 할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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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집 Karma

자신만의 색깔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현해 내는데 익숙해진 이승환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앨범. ‘심장병’ 을 비롯해 라이브 무대에서 들으면 감동 백배인 트랙들이 많이 수록되었고, 대중성을 넘어서는 그의 ‘옹고집’ 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 후반부에 배치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빚어낸 그의 장인 정신은 이미 정점에 이른 상태였지만, 그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리스너들의 감동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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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반란

가장 아름다운 곡들을 가장 확실하게 담아낸 가장 짜릿한 라이브의 진수.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듣고 느껴야 하는 앨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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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집 Hwantastic

이승환의 음악적 ‘쇠고집’ 이 잘 드러난 앨범. 최고수준의 사운드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고,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의욕은 변함없이 거대했다. 국내 시장에 몇 안 되는 뮤지션이라는 주변에 찬사와는 별개로 식지 않는 열정은 모든 세대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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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 & 몽롱

안타까운 일이 가득한 시대에 긍정적 마인드를 팡팡 쏴준 앨범. 리스너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아티스트의 투철한 책임감을 100% 발휘한, 아름다운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음악적 욕심은 누구보다도 많았던 그, 숨 가쁘게 달려온 20년은 그에게 숱한 훈장을 달아주었다. 벌써 후배 아티스트들이 그의 음악을 되살리는 작업을 볼 나이가 되었으니 뚜렷한 발자취에 놀라고 또 놀랄 뿐이다. 사실 트렌드를 은근슬쩍 따라가고, 단순한 음악을 남발하는 시대에 20년간의 디스코그래피 중 망작도 없고 트렌드에 편승한 앨범도 없다는 사실은 큰 귀감이 될 만하다. 우리 세대의 꿈을 이끌어온 선장, 앞으로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하길. 세대를 넘어 공감과 희망을 전하는 아티스트로 영원하길.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모로 노안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매력도 영원하길....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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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을 한 장씩 넘기다 9월이 나타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북!’ 하고 찢겨나가는 종이만큼이나 마음에도 움푹 외로움이 파인다. 이유 없이 쓸쓸해지고, 센치해져서 나도 모르게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계절, 일교차를 벌려가며 다가오는 가을은 사람을 달라지게 만든다. ‘가을’ 을 타는 것이다. 아무리 시가 절로 나오게 하는 분위기라해도, 시도 때도 없이 가을타면 주책에 궁상이라고 괜한 욕을 먹겠지만, 사계절 내내 가을타는 러브홀릭스(Loveholics)의 두 남자는 사랑만 잔뜩 먹고 지금껏 버텨왔다. 도대체 어떤 뇌 구조를 지녔는지 삼복더위와 칼바람도 이들의 감수성을 막지 못한다. 강현민과 이재학 앞에서는 대한민국이 사계절을 지녔다는 당연한 사실도 의문이 생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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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홀릭스의 전신인 러브홀릭(Loveholic) 때부터 감수성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눈물만 짜내지 않는 다양한 느낌의 향연, 감성적인 터치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퍼져나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음미하면 스쳐지나가는 삶의 파노라마, 그들만의 모던록 한 편으로 러브홀릭스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보컬이었던 ‘지선’ 의 탈퇴이후 발매했던 첫 싱글 ‘Butterfly' 는 플럭서스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차린 최고의 만찬이었다. 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 하는 보컬의 다채로움 속에 ’희망‘ 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꺼냈고, 영화 [국가대표] O.S.T에 실리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두 번째 싱글이었던 ’Miracle Blue' 도 남달랐다. 영화배우 신민아와 만남으로 신비감이 더해졌고,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졌다. 이제는 슬슬 ‘만랩’ 을 향해 가고 있는 그들이기에 실망감에 대한 우려는 적었지만, 첫 번째 정규앨범 [In The Air]는 그나마 남아있는 불신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난 색채를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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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러브홀릭스가 멀티 보컬 체제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특징을 가진 보컬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자칫 앨범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가져갈 우려가 존재했지만, 신기하게도 러브홀릭스의 앨범은 유기적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분위기에 따라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린 탓이다. 덕분에 개성강한 보컬들이 자신만의 매력을 그래도 가져가며 러브홀릭스라는 큰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잃어버린 감수성을 향한 여정은 시크한 남자 김지석이 뮤직비디오에서 열연한 ‘아픔’ 부터 시작하면 좋다. 러브홀릭스 특유의 감성적인 터치와 멜로디가 곳곳에 묻어나며 아련한 가슴 한 켠을 치는 무게감 있는 넘버다. 신인답지 않은 완급조절로 완벽한 감정이입을 보여주는 화가출신 보컬 ‘장은아’ 의 엄청난 존재감에 감탄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감수성의 미학은 크리스티나가 참여한 촉촉한 느낌의 넘버 ‘Raining' 과 인디고의 미키(Miki)가 함께한 ’Message From Tokyo', 아림의 청아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몰라야 할 말’ 로 이어진다. 특히 한 곡 안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는 미키의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아하고 맑은 분위기를 전하는 곡들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경쾌한 분위기 속에 오묘한 감성의 선을 보여주는 ‘바람이 참 매섭다’ 와 밝고 청량한 이미지의 ‘Beautiful’ 이 그 주인공이다. 더블유 앤 웨일(W&Whale)의 길쭉한(!) 완소 보컬 웨일(Whale)은 ‘바람이 참 매섭다’에서 일렉트로니카에서 벗어난 따뜻한 보이스를 들려주고, 박혜경과 박기영이 쌍두마차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Beautiful' 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 여성 보컬의 역사를 함께 건너온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나칠 정도로 향기로워 질투가 날 정도다. 여정이 길어 피곤했다면 마무리를 위해 ’Butterfly' 가 후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드림팀을 방불케 하는 보컬의 향연과 영화의 감흥, 그리고 음악 자체의 희망적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앨범을 차분히 마무리하면 좋다. 잘 이끌어온 분위기를 막판에 망쳐놓은 일명 ‘방화범’ 앨범과는 격을 달리하는 훈훈한 모습이다.


 러브홀릭스는 데뷔 이래 꾸준히 대중들의 마음 구석을 간질였고, 이 능력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 냄새가 배어나고, 어떤 음악보다도 구수한 매력이 넘친다. 각박한 삶 속에 감수성을 잠시 숨겨놨다면, [In The Air] 를 들으며 어루만져도 좋을 듯하다. 건장한 두 남자, 이번에 ‘가을’ 제대로 탔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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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과 패기는 무모함을 담보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해도, 아니라고 해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여기 인디 밴드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건장한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옛 이름은 ‘815밴드’ 였다. 냅다 내달리는 음악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815밴드는 기나긴 휴식에 들어갔다. 기획사와의 계약이 끝나면서 잠깐 쉬려 했던 것이라는데, 휴식이 너무 길었던 나머지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다. 대부분 멋지게 자리를 잡았고, 멤버 중 한명인 디지는 쇼핑몰업계에서 꽤나 잘 나가는 CEO로 성장하며 승승장구했다. 아쉬울 것 없는 생활이었을 텐데 왜 이 청년들은 갑자기 래빗보이(Rabbit Boy)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앨범 작업을 하게 된 것일까? 해답은 디지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어느 날 거래처를 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중환자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음악이라도 하다 죽을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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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디지에게 두 번째 기회를 허락했고, 결국 그렇게 그리워했던 뮤직 비즈니스로 돌아왔다. ‘815밴드’ 를 함께 했던 모든 멤버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뭉쳤다. 이번 앨범에 가장 큰 모토는 바로 ‘토끼’ 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허둥지둥 뛰어가는 토끼를 보고 뒤쫓아 가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 도 마찬가지다. 극중 네오는 트리니티에게 ‘흰 토끼를 따라가라’ 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토끼 문신을 한 여자를 따라간다. 멤버들은 ‘래빗보이’ 로 이름을 바꾸며 문화코드에서 보이는 토끼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리스너들에게 색다른 음악의 향연을 통해 ‘이상한 나라’ 를 선사하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그룹명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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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대책 없는 흥겨움을 선사했던 815밴드 시절의 매력을 래빗보이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본으로 파티 음악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끈한 한 방을 선사한다. ‘비비디바비디부’ 부터 시작해 'Dance Dance Dance', 'Goodbye Goodboy', 'KO', 'That's All Right' 까지 광란은 끝이 없다. 희망의 메시지를 팡팡 전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바람처럼 파티를 위한 음악들은 지친 사람들의 어깨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가 다시 뭉쳤지만 무모한 열정 하나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관심과 무관심의 애매한 경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래빗보이에게 광적인 열정은 분명 큰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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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으로 아름다운 무모함을 실험하려는 그들의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음악 하나만으로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센스, 래빗보이는 마음이 훈훈해 지는 밴드다. 하늘이 주신 두 번째 기회에 대중들이 반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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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타스틱(Hwantastic), 지난 세월동안 까다로운 대중의 입맛을 골고루 만족시키며 국내 가요계의 신화를 써 온 ‘이승환’ 을 위한 찬사다. 판타스틱(Fantastic)이라는 단어에 ‘F' 대신 ’Hw' 를 넣어 그의 끝없는 상상력과 열정을 기리기 위한 의미를 확실하게 살렸다. ‘네버랜드’ 에 발을 들여놓은 듯 시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외모로 ‘꿈의 공장(Dream Factory)’ 을 진두지휘하며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감성과 정열의 불을 붙인 욕심쟁이 이승환, 그래서 그는 ‘판타스틱’ 했다. 단순함에 매몰될 수 있는 대중문화의 맹점을 드러나지 않고 신선한 음악을 가득 차려 내었고, 결국 아티스트로서 만랩(!)을 찍었다. 능력 있는 후배들을 알아보는 눈은 또 어떤가. 그에게 있어 ‘꿈의 공장’ 은 단순한 기획사가 아닌 자신의 비전을 맘껏 펼쳐 보이는 공간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승환의 비전은 대중문화의 한 폭에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무언가를 답습하거나 섣불리 따라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창의력, 대중들은 그의 도전과 시도에 끊임없이 놀라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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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도전의 시간을 위해 가요계의 첫 발을 내딛은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환타스틱 프로젝트’ 는 이승환의 데뷔 앨범 발매 20주년을 기념하고 그 동안의 음악을 되돌아보는 의미로 준비되었다. 서막을 장식할 곡은 8집에 수록되어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주었던 ‘심장병’ 이다. 호란과 MC 스나이퍼, 그리고 아웃사이더가 함께 원곡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가장 달라진 건 전체적인 분위기다. 애절한 느낌이 돋보였던 원곡과는 다르게 세미 힙합 스타일이 추가되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엣지있는 카리스마가 곡 전반에 걸쳐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진지함과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랩퍼 MC 스나이퍼와 아웃사이더의 참여는 곡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었고, 호란의 섹시하면서도 차가운 도시적 느낌의 보컬은 색다른 감성으로 곡을 채색한다. 특히 일렉트로니카와 포크를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지닌 호란의 보이스는 ‘심장병’에서 발군의 힘을 발휘하는데, 쓰라리고 아픈 느낌을 살리면서 세련미까지 더하는 애절함이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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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도 원곡의 작품을 살려 색다른 연출력을 보여준다. ‘호란’ 이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여 의미를 살렸고, 원곡의 뮤직비디오를 배경에 가상 영사기를 통하여 중간 중간 비추어 주는 신비로운 컨셉으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과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지닌 사람도, 새로움에 대한 갈증에 목마른 사람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획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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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승환은 그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아티스트다. 그의 감수성 넘치는 작품들은 2009년 '환타스틱 프로젝트‘ 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준비를 마쳤다. 현대적 터치가 어우러진 곡들은 그의 시도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것이며,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갈망했던 팬들에게 큰 선물로 다가갈 것이다. 전자음에 매몰되어버린 감수성을 이제는 찾을 때가 왔다. 그가 이번에도 앞장서서 모두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꿈의 공장‘ 을 이끌 것이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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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팝 역사의 한 페이지는 화려한 가창력을 지닌 디바들이 수놓았다. 음악이 주는 최고의 감흥을 맘껏 펼쳐 보이며 대중들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떨림을 선사했던 그녀들을 보며 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이도 많았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도 디바 열풍을 거세게 만드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건강한 섹시미와 엄청난 가창력은 각자 가지고 있었던 독특한 매력 포인트와 어울려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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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세월이 가면 강산도 변하는 법, 전성기를 구가한 두 아티스트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은 오랜 시간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약물에 빠져 앙상해진 그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머라이어 캐리가 재기에 성공하자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각종 루머와 추측들이 난무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던 2005년 ‘마이더스의 손’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입에서 그녀의 컴백 소식이 흘러나왔다. 팬들은 휘트니 휴스턴의 신화를 쓴 장본인이 직접 밝힌 컴백 뉴스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빨리 그녀의 앨범을 손에 쥘 수는 없었고, 기다림은 계속 이어졌다. 고생 끝에 얻은 열매가 더 달콤한 법, 새 앨범 [I Look To You] 와의 첫 만남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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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라린 기억으로 남은 2002년 작 [Just Whitney] 와 이번 앨범은 방향부터 다르다. [Just Whitney'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앨범이었다.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시도가 지나쳐 휘트니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I Look To You] 는 초심으로 돌아간 거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첫 싱글로 커트된 ‘I Look To You' 는 반가움과 탄성이 동시에 터진다. 휘트니가 전성기 시절 보여줬던 보컬의 바삭함이 그대로 살아있고, 유려한 멜로디를 이끌어 나가는 카리스마는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의 결정판이다.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선사한 ’Million Dollar Bill' 도 좋다. 가볍고 슬림하며 신선한 내음이 한껏 느껴진다. R&B 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할 만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지만,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았다. 새 앨범을 만들어 내기 위해 충분히 방향성을 고민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Call You Tonight', 'A Song For You',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는 듣는 이를 아련한 추억상자로 인도할 것이다. 그야말로 휘트니 휴스턴만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R&B 팝 넘버라 여유로운 미소도 함께 한다. 휘트니 휴스턴이 최고의 디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창력도 뛰어났지만, 노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감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A Song For You' 와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는 감성에 연륜까지 더한 구수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에이콘(Akon)과 함께 'Like I Never Left’ 는 앨범에서 가장 색다른 트랙이다. 트렌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아티스트를 초대한 것 자체가 최근의 흐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겠지만, 곡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하게 살아낸 휘트니 휴스턴의 보컬은 그 어떤 것과 만나도 묻히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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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atest Love Of All’ 과 ‘I Will Always Love You’ 를 추억했던 기다림이 이제 끝났다. 휘트니 휴스턴은 팬들 곁으로 돌아왔고, 그녀가 늘 선사해 주던 음악 본연의 감흥도 놓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트렌드’ 라는 이름 앞에 선택의 다양성을 잃어버렸다. 사람이 주던 감동은 기계가 대신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거장은 수줍은 몸짓으로 과거지향적인 가치들을 내민다. ‘사람’ 이 먼저 떠오르는 따뜻한 음악을 한 가득 안고 말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만렙을 찍은 디바의 고백은 너무나도 향기롭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사진/소니뮤직

Posted by TravisN

백지영 - Ego

Album Talk 2009/08/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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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집 [Sorrow] 를 내고 ‘선택’ 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라틴댄스와 테크노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댄스 음악과 섹시한 안무는 단숨에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집 [Rouge] 는 한층 강력해진 라틴 댄스로 백지영을 ‘댄싱퀸’ 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Dash' 와 ’Sad Salsa' 가 그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공백기 이후 처음 발표했던 4집의 타이틀 ‘미소’ 도 댄스곡이었다. 발라드 곡이었던 ‘사랑 안 해’ 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젖혔고 ‘총 맞은 것처럼’ 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댄스곡은 그녀에게 버리기 힘든 유혹이자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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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트렌드는 변했다. 라틴을 차용한 댄스 음악 보다는 전자음 넘치는 일렉트로닉 성향의 댄스곡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미니앨범 [Ego] 는 그녀에게 색다른 시도였다. 발라드에 매몰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댄스 본능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댄스 음악의 매력을 살려내야 하는 임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가요계에서 쌓은 내공이 어디 보통내공이던가. 이미 만렙(!)을 찍어도 찍었을 경력, 수많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미니 앨범 수록곡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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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는 뭐니 뭐니 해도 듣는 이를 흥겹게 만들어 주는 센스가 돋보여야 한다. ‘내귀에 캔디’ 를 들어보면 백지영은 최신 미국발 트렌드 댄스곡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짐승돌’ 택연과 주거나 받거니 여유롭게 곡을 끌고 가며 분위기를 장악한다. 왕년의 ‘댄싱퀸’ 의 위력은 아직 그대로 인 듯하다. 댄스면 댄스, 발라드면 발라드, 문제없이 곡을 만들어 내며 미니 앨범 전체를 조율한 방시혁의 감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어’ 는 미국발 트렌드에서 약간 벗어난 ‘토종’ 댄스 넘버다. 물론 아예 트렌드를 지워버린 곡은 아니지만,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흔들었던 댄스곡을 다시 듣는 듯 해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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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o] 를 보면 백지영은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가수다. 댄스라는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고, 발라드라는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데뷔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능력 덕분에 그녀는 아직도 대중들에게 보여줄 게 많다. 우윳빛깔 백지영, 그녀의 유통기한은 무한대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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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avisN

4minute - For Muzik

Album Talk 2009/08/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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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 그룹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는 독자적인 무기를 꺼내드는 것이다. 대중들의 눈에 오마주가 아닌 차별화된 매력을 뽐내는 것, 뇌리에 강하게 새겨질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포미닛(4minute)은 이런 상황을 딛고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았다. 데뷔 초반에는 원더걸스(Wonder Girls)의 전 멤버였던 ‘현아’ 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현아그룹’ 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고, ‘캔디 펑키 스타일’ 때문에 에프터 스쿨(After School)의 아류라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무대에서 만난 그녀들의 모습은 어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큼지막한 동작으로 파워넘치는 안무는 기본이었고, ‘Hot Issue'에서 엿보이는 트렌드를 영민하게 캐 낸 ‘신사동 호랭이’ 의 감각도 발군이었다. 결국 많은 걸그룹들 사이를 비집고 자신들만의 자리를 선점했다. ‘Hot Issue' 한 곡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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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히트곡 하나 만으로 그룹의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는 법, 4분 만에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당찬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 반드시 필요했다. ‘Hot Issue' 로 달아오른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를 이어가는 것도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어쩌면 약간의 부담을 안고 출발했을 미니앨범 제작, 막상 손에 들고 보니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물이 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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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틀 곡 ‘Muzik’ 은 ‘Hot Issue'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좋다. ’Hot Issue' 에서 한껏 물오른 감각을 자랑했던 ‘신사동 호랭이’의 작품으로 전자음과 오토튠, 그리고 신시사이저가 사용돼 트렌디한 클럽사운드를 들려준다. 전자음을 힘겹게 찢고 나오는 보이스는 보이지 않고 간결한 사운드로 최대한 매끈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억지로 사운드를 끌어내지 않은 게 가장 착실한 미덕이라 할 만하다. ‘What a Girl Want' 는 색다른 넘버다. 팝 적인 감성과 소녀적 감수성이 만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곡이 만들어 졌다. 오토튠과 전자음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멜로디 중심으로 한상 가득 차려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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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겨‘ 도 괜찮은 클럽튠이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고, 특유의 단순함으로 적절한 중독성도 보여준다. ‘웃겨’ 도 ‘Muzik' 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데, 자극적 사운드로 귀를 때리는 것보다 적절한 정도에서 대중성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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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점도 있지만, 포미닛은 미니 앨범을 통해 자신들이 앞으로 보여줄 음악의 방향성과 이미지를 적절히 잡아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얼마나 발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끊임없는 노력과 음악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 시작은 좋다. 대중들은 지속적으로 그녀들을 지켜볼 것이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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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트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아티스트 중 한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 렌카(Lenka)가 아닌가 한다. 국내에서 광고 음악 등으로 차분히 인지도를 쌓아온 그녀는 예상을 뛰어넘는 열띤 호응을 받으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인천 송도의 분위기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게다가 펜타포트에서 그녀를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두 번째 기회도 있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보여준 라이브 때문이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며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자신의 노래를 따라하는 모습을 볼 때가 아닐까? 렌카는 펜타포트 공연에 이어 EBS 공감에서도 감동을 잔뜩 받았을 것이다. 자신을 잘 모를 것만 같았던 나라의 리스너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눈시울을 적셨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악이 가진 탁월한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국내 리스너들과 맞아 떨어지는 음악 코드, 무공해 지역에서 태어난 듯 한 아리따운 목소리로 공략한 국내 라디오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진작 알았다면 그녀는 펑펑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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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카는 78년,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이로만 따지자면 늦은 데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캐리어가 데뷔 앨범 하나로 시작 된 건 아니다.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작은 해안 마을에서 시드니로 이주하며, 그녀의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이주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8살 때의 일이었다. 극단에서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으로부터 수업을 받으며 꾸준히 연기자 생활을 이어가던 렌카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이 만화 프로그램(치즈 TV)의 진행자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자연스럽게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던 2002년, 가수 역할을 극에서 맡았던 렌카는 드러머로 참여했던 호주 락 밴드 Decoder Ring(디코더 링)의 멤버에 의해 밴드 보컬로 데뷔하게 된다.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며 음악 캐리어를 쌓기 시작했지만, 디코더 링의 음악적 방향은 렌카가 꿈꾸던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은 LA로 향하는 것이었다. 렌카가 안고 있던 음악적인 이상, 그 이상을 펼치기 위한 무대로 LA를 택했다. 그리고 디코더 링의 공연을 눈여겨봤던 에픽레코드와 순탄하게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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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은 상큼하고도 신선한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광고 카피로 사용된 ‘들을수록 예뻐지는 음악’ 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앨범이다. 일단 가장 유명한 싱글 ‘The Show'를 눈여겨 보자. 평범한 직장 이야기부터 시작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문제까지 드러내는 드라마 ’어글리 베티‘의 영상 음악으로 사용되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곡이다. 마치 유랑서커스단의 모습을 보는 듯, 신나는 행진 넘버다. My Chemical Romance(마이 케미컬 로망스)가 ’Welcome To The Black Parade'의 전주부분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도시 한복판을 걸어 갈 때도, 여유로운 산책길을 걸어갈 때도 분명 발걸음에 힘을 더해 줄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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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런 멜로디에 대한 탐구도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Bring Me Down'이나 ’Don't Let Me Fall', 'Anything I'm Not', 그리고 ‘Knock Knock' 등의 멜로디 때문이다. 곡마다 다양한 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파티에 온 듯한 흥겨움을 전해주기도 하고, 동요 같은 달콤하고 사랑스런 멜로디가 귓가를 간질이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지는 담백한 렌카의 음색은 곡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최고의 매력을 발산한다. 렌카의 보이스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감수성을 발산하면 뷔욕의 보이스를 닮았지만, 경쾌하고 상큼한 넘버에서는 누구보다도 산뜻한 색깔을 무한대로 발산한다. 두 얼굴의 매력을 지닌 보이스랄까...이밖에 감수성으로 무장한 ’Skipalong', 산소같은 넘버 ‘Trouble Is A Friend' 등도 주목해야 할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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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렌카라는 아티스트가 주목을 받고 많은 이들의 그녀의 음악을 찾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폭풍 간지’ 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영민하게 리스너의 가슴을 파고든다. ‘섹시하게’ 몰아붙이는 건 아니지만 은은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적신다. 이 매력, 짧고 굵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사진/소니뮤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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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전부터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빅뱅’ 과 함께 한 ‘Lollipop' 으로 대중들의 가슴속에 파고들었고, ’여자 빅뱅‘ 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Lollipop' 은 핸드폰 광고로 꾸준히 전파를 타며 너무나도 당연한 히트 행진을 벌였다. 2NE1(투애니원) 이라는 그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져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정작 미니 앨범 발매 후 투애니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차트 1위를 석권하며 기대보다 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데뷔 싱글 ’Fire' 뿐만 아니라 후속 싱글 ‘I Don't Care' 도 마찬가지,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힘 있게 차트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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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까지의 활동과 미니 앨범을 뜯어보면 히트 요소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단 필자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건 색다른 ‘이미지’ 다. 투애니원의 멤버들은 대중들이 의례히 받아들였던 어여쁘고 섹시한 걸 그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있다. 대신 각자 자신들만의 자유롭고 화려한 이미지를 맘껏 어필한다. 마치 주변 시선은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스타일을 뽐내는 패셔니스타 같은 분위기다. 금방이라도 에너지를 발산 할 것 같은 톡톡 튀는 청량함, 그래서 투애니원의 모습은 악동 같은 이미지로 늘 화려한 스타일과 음악을 선보였던 TLC(티엘씨)를 생각나게 한다. 대중문화라는 공간에서 여성이 어느 순간 타자화 되었지만, 투애니원은 타자화된 이미지에 한 방을 먹인다. 팝계의 시한폭탄 Pink(핑크) 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무대에 오를 때 마다 카타르시스를 분출한다. 그녀들의 이미지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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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미니 앨범에 담긴 음악도 튼실하다. 남성들도 보여주기 힘든 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Fire' 는 현란한 신디사이저와 묵직한 베이스로 탄탄한 대중성을 뽐낸다. 나쁜 남자에 대한 소회를 담은 ’I Don't Care' 도 레게 리듬을 바탕으로 확실한 대중성을 확보해 낸다. 미국발 트렌드를 그대로 소화해 최신형 사운드를 듬뿍 뽑아낸 Teddy(테디)의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In The Club' 과 ‘Pretty Boy'에서 보이는 센스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 힙합과 일렉트로니카가 절묘하게 가미된 사운드의 향연 속에서 투애니원 멤버들의 보이스를 적절하게 멜로디를 파고들고, 섣부른 전자음 남발로 음악 자체의 매력을 해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가 가장 적절한 선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해 냈다. 대중들에게 음악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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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투애니원이라는 이름은 많은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졌다. 신인으로서 밟아야 하는 척박한 땅에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앞으로의 시간도 남아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도 뒤따르겠지만, 그녀들의 첫 번째 행보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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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을 넘어 8차원을 향해 달려가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4차원 적 센스는 소싯적부터 알려진 진리였으며, ‘똘끼’ 가득한 퍼포먼스와 가사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딸기’ 가 좋다고 외쳤던 이윤정, 필자는 사실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등장하게 훨씬 전부터 그녀의 열광적 팬이었다. 남들 같지 않는 비범함이 멋졌고, 다른 이들을 따라가려 하지 않는 당당함이 쿨했다. 이런 외길 인생의 결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군림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독특함과 통통 튀는 매력은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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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과거 전력 때문인지 EE라는 새로운 이름은 낯설지가 않다. 색다른 시도를 위해 만든 새로운 개념이겠거니, 찾아보면 또 놀랄만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히 뒤따른다. EE는 이윤정의 끼와 설치 미술 작가이자 사운드 프로듀서인 이현준의 감각이 어우러진 토탈 아트 퍼포먼스 그룹이다. 작년 9월 ‘Curiosity Kills' 라는 곡을 발표하며 이미 클럽씬을 한번 뜨겁게 달궜다. 하우스룰즈의 ’Do It'에 4차원스런 보이스를 빌려줬던 그녀이기에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탐구도 어색하지 않다. 그녀를 둘러싼 다수의 이미지와 색감이 미래 지향적인 초점을 가리키고 있다. 이쯤 되면 일렉트로니카라는 음악 장르는 당위성을 얻게 된다.


 EE 음악의 기본적 방향은 일렉트로니카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인 [Imperfect, I'mperfect] 는 일렉트로니카를 기본으로 동화적인 상상력과 4차원적인 아이디어들을 풀어놓는다. 타이틀 싱글인 ‘기억속의 하이칼라’ 를 들어보면 앨범의 색깔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제목부터 복고스러운 이 곡은 가사도 과거 지향적이고 기본적 라인도 레트로한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전자사운드가 함께 버무려 진다. 한 마디로 과거적 요소와 현재적 요소가 음악속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묘한 퓨전 요리를 맛보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하나가 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요소의 만남으로 멜로디 라인은 한층 파근파근하고 쫄깃쫄깃 해졌다. 이윤정의 독특한 보이스와 창법은 천연 조미료다. 특별한 기교 없이도 듣는 이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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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클럽 씬의 뉴 페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DJ UJN(디제이 유제이엔)이 프로듀싱을 맡은 곡 ‘가요’ 도 오리지널리티가 돋보인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듯 속도감 있는 멜로디가 앞으로 치고 나가며 발랄한 코드가 여기저기 팡팡 터진다. 강렬한 사운드 라인에 중독성 넘치는 가사를 입힌 ‘눈코입귀’ 는 앨범의 백미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비트가 살아숨쉬고, 이윤정이 보여줄 수 있는 4차원 적인 매력도 잘 녹아들었다. EE가 보여주는 색다른 이미지가 맘에 안 든다 할지라도 부담 없이 청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넘버다. 이밖에 우울하면서도 짜릿한 ‘2:22:22', 4차원의 정점을 보여주는 ’Xasquatch', 발랄한 매력의 ‘Mamie' 등 기존 신선한 가사와 시도가 돋보이는 곡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확실히 EE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은 아이디어에서나 독특함에서나 시너지 효과가 다분하다.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던 리스너에게 EE는 청량감 넘치는 선물을 제공할 것이다. 이윤정, 그녀가 또 한 번 사고 쳤다.


글/ 음악평론가 노준영

Posted by TravisN